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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무감각증의 한국 사회 - 학교폭력은 그 축소판
작성자 올긴 글
작성일 2012-01-03
   
폭력 무감각증의 한국 사회 - 학교폭력은 그 축소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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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의 기사는, 김붕년교수(서울대 어린이 병원 정신과)의 인터뷰 중에서 중요한 대목을 옮긴 것이다, 김교수의 학교폭력에 대한 정신과적 진단은 경청할 필요가 있다, 출전은 <조선일보인터넷> [조선인터뷰](2012-01-01)이다,


(1) 청소년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왕따 현상은 어른 사회 내부의 문제가 그대로 비치는 내시경입니다. 사소한 폭행과 욕설쯤은 으레 있을 수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폭력 무감각증, 권력이나 물리적 힘의 질서가 일상생활에도 작동하는 전(前)근대성, 약자(弱者)나 상대방의 어려운 처지에 대한 공감(共感) 부족이 사회 곳곳에 잠재해 있기에 아이들의 학교생활에서도 그런 문제가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죠."

(2)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1~2학년은 가족 중심 생활에서 또래 중심 생활로 이동하는 시기죠. 부모의 통제가 지배하는 환경에서 또래 문화에 크게 영향받는 생활로 전환하는 시기이고요. 이 과정에서 기형적인 대인관계와 위계질서가 잘 발생해 왕따로 이어집니다. 들 사이에서 힘과 권력에 의한 서열 재편이 일어나는 거죠. 왕따는 청소년 발달 과정에서 언제든지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는 얘기입니다. 그렇게 불만 붙이면 확 타오르는 휘발성 아이들을 우리 사회는 그동안 소방 장치 하나 없이 방치해 놓았던 거죠."

(3) 왕따는 우리나라가 가장 심하다. 한·중·일 세 나라 중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왕따와 관련된 학교 폭력을 조사해 봤더니, 한국은 거의 절반(49%)이 중학교에서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 중국은 38%, 일본은 28%였다. 폭력이나 욕설로 위협당해 돈을 뺏긴 경험도 한국 중학생(40%)이 중국(17%)과 일본(6%)보다 훨씬 많았다. 왕따를 감시하는 제도가 없어 잘 드러나지 않았고, 애들 사이에 벌어지는 일이라고 가볍게 여겨온 것이다."

(4) "집단 따돌림은 본래 명령과 복종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많이 발생한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왕따는 원래 군대에서 흔했다. '고문관'으로 찍어서 집단적으로 괴롭혔듯이 말이다. 우리의 학교생활이 개인 고유의 개성을 중요시하기보다는 획일성과 힘에 의한 상하 관계를 띠고 있다. 입시 교육이 중학교 때부터 빨리 시작된다는 점도 작용한다. 다양성은 인정받지 못하고 성적으로 매겨지는 순위 문화가 학생들을 조이고 있다. 이 시기에는 단체 스포츠나 예술 활동을 통해 공격성을 줄이고, 상대방과의 협동 정신을 집중적으로 익혀야 하는데, 공부가 전부라고만 한다. 그것에 대한 저항과 탈출이 청소년 시기의 공격성과 맞물려 폭력으로 이어진다."

(4) "대개 피해자는 반복적으로 피해자가 되고, 가해자는 계속 가해자로 남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가해자가 반대로 피해자가 되거나, 피해자가 나중에 가해자가 되는 현상이 의외로 많다. 뇌과학에서 '거울 뉴론'(neuron·신경회로)이라는 학설이 있다. 어느 특정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뇌파가 그것을 보는 사람에게서도 똑같이 나타난다. 즉 나쁜 행동은 보기만 해도 거울처럼 그대로 따라 하게 된다는 이론이다. 이상하게 우리나라 청소년에게 그런 게 강하다. 그래서 왕따를 초기에 찾아내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5) 선진국에서는 학생들에게 정신건강 교육을 한다. 별도의 교과목으로 가르치는 게 아니라 국어나 사회 시간에 자연스럽게 한다. 예를 들면, 국어 수업 시간에 집단 따돌림으로 괴로워하는 아이가 쓴 시를 들려준다. '너희가 나를 외면했을 때,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니? 내가 안녕! 하면서 너희의 이름을 불렀을 때, 모른 척하는 것을 보고 내가 얼마나 죽고 싶었는지 아니?' 이런 시를 학생들이 다 같이 읽고 이 시의 의미와 시를 쓴 학생의 마음을 헤아리는 시간을 갖는다. 왕따 가해자의 문제는 피해자의 심정을 심각하게 느끼지 못하는 공감 능력의 부족에서 온다. 이런 수업이 공감 능력을 키워서 왕따는 절대 해선 안 되는 일로 받아들이게 한다. 사회 시간에는 장애인이나 인종적, 성적(性的) 소수자 등 '마이너리티'를 대하는 태도와 자세를 가르친다."

"매학기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폭력을 당했거나, 욕설을 듣거나, 돈을 뜯긴 경험이 있는지 조사한다. 물론 학생 이름은 노출되지 않는다. 이 조사 결과를 학부모에게 보낸다. 부모들도 학교 폭력에 관심을 가지라는 얘기다. 학교 신문에도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학교가 왕따가 일어나는지 면밀히 살펴보고 있고 폭력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모든 학생과 부모들에게 주는 것이다. 왕따를 예방하고 조기에 발견하는 효과를 낸다. 또한 선생님이 왕따 피해가 일어날 수 있는 학생들을 정기적으로 면담한다. 그럼으로써 학교가 너희에게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학교는 매우 안전하고 믿을 만한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준다."

(6) "사소한 폭력이나 욕설도 관대하게 처리해서는 안 된다. 병원에서 가해 학생을 면담해 보면 대부분 "장난이었다"고 말한다. 그게 잘못인 줄을 모르는 거다. 사소한 폭력을 그냥 넘기니까 더 큰 폭력이 나온다.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왕따 예방 프로그램의 핵심 내용은 아무리 사소한 폭력이라도 반드시 가해 학생이 피해 학생에게 사과의 편지를 쓰도록 하는 것이다. 사과 편지 내용은 '내가 언제 어떤 일을 너한테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너에게 미안한 일을 했구나. 네가 설사 선생님에게 이 일을 보고해도 나는 섭섭해하지 않겠다'라고 말하도록 한다. 때론 작은 선물도 주도록 한다. 이런 예방 프로그램을 도입한 학교에서는 교내 폭력이 50% 줄어드는 것으로 나온다."

(7) "(가해 학생의 부모) 10명 중에 9명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다들 피해 학생이 문제를 유발했다고 생각한다. 이게 가장 큰 잘못된 생각이다. 일부 왕따 연구에서는 피해 학생의 사회성 부족이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로 이들을 면밀히 추적 관찰해보니까 애초에 피해 학생의 작은 사회성 부족이 따돌림을 기점으로 점점 악화한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왕따가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는 것이다. 피해 학생에 대한 낙인이 부당하다는 의미다. 낙인은 마치 도둑이 '너희 집 보안이 허술해서 내가 도둑질을 했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그럼에도 가해자 측이 피해자 측에 되레 큰소리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기에 학교 선생님이 중심을 바로잡아 조정 역할을 잘해야 한다. 그러려면 학교가 평소에 신뢰감 있는 왕따 예방 제도와 장치를 운영해야 한다."

(8) "반복적인 가해 행동을 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뇌 MRI를 찍어보면, 상당수에서 뇌의 앞쪽 전두엽에서 관할하는 공감 기능이 떨어져 있다.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의 표정을 보여줘도 아무 반응이 없다. 드물게는 누가 봐도 아는 슬픔과 기쁨의 표정을 구별해 내지 못한다. 이럴 때는 다양한 상황의 사진이나 이야기를 보여주고 들려줘 남의 입장을 헤아리게 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9)"중학교 1~2학년 등 초기 사춘기 시기의 뇌는 외부 자극에 따라 뇌 모양 자체도 확확 달라진다. 이 시기의 뇌는 말랑말랑한 플라스틱 같은 뇌여서 언어 교육을 집중적으로 시키면 실제로 언어를 관장하는 뇌 부위가 커진다. 예술 교육을 많이 받으면 이를 관장하는 뇌 부위가 커진다. 주는 대로 받아먹고, 뇌 구조의 틀이 형성된다. 이 시기에 올바른 윤리와 품성을 키우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공감 교육을 잘 받으면, 그것이 평생 간다. 뇌과학적으로 지금 청소년의 뇌는 30년 후 한국 사회의 미래상이다. 청소년들에게 스포츠와 예술, 품성·공감 교육을 대폭 확대하지 않으면, 향후 우리나라는 공격성이 난무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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